꽤
오래 전에 한 소비자 심리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자신의 고객이라고 했다. 그는 설문조사의 어려움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구매 결정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수많은 설문조사가 응답자인 소비자들이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기 때문에 무의미한 결과가 나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심리학자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잘 아는 것에 답하도록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면 설문조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무리
문항을 정교하게 만든다고 한들 효과는 별로일 것 같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생전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을 보고 난 뒤에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포드
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사진)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헨리
포드는 세계 최초의 양산 자동차인 모델 T를 개발해 자동차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모델
T는 가격이 매우 저렴해 일반 노동자들도 몇 달치 월급이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헨리 포드가 모델 T 개발에 앞서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고객들은 `웬만한 샐러리맨이라면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자동차`라고 대답했을까.
"아닙니다. 그들은 더욱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헨리 포드의 말마따나 모델 T 개발 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했다면
소비자들은 자동차 대신 말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당시의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매우 단순한 선택 조차도 왜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요청하는 4가지 메시지를 보내는 실험을 했다.
이들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에너지 절약은 환경을 보호합니다.
둘째,
에너지 절약은 미래 사회를 보호합니다.
셋째,
에너지를 절약하면 당신은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넷째,
당신 이웃들은 이미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응답자들은 4가지 메시지 중 마지막 메시지가 가장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에너지
절약은 환경보호와 같은 대의를 위해서거나, 아니면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실제로 에너지 절약의 효과를 검증했더니,
넷째
메시지의 효과가 가장 높았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가장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답한 넷째 메시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처럼
너무나 종종, 소비자들, 즉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시장조사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사전
조사에서 안 팔릴 것으로 예측된 물건이 대박이 나는 경우도 많고, 대박 날 것으로 예측된 물건이 전혀 팔리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에어론(Aero) 의자는 매우 극적인 사례다.
이
의자는 유례가 없는 대형 히트작이 됐지만, 출시 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전 테스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아름다움 점수가 10점 만점에 2~3점에 머물렀으며 높아야 6점이었다.
사람들은 못 생긴 의자를 구매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개발자는 자신의 감을 믿고 제품을 출시했다.
못생겼다고 했던 에어론 의자는 오히려 디자인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산업디자인협회로부터 디자인상을 받기까지 했다. 에어론 의자는 아름답고 멋진 의자라는 인정을 받았다.
출시
후 소비자들이 매기는 아름다움 점수는 8점에 이르렀다. 90년대 후반이 되자 매출은 해마다 50~70%씩 상승했다.
이처럼
소비자, 즉 고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럽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 이를 충족시켜 주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고객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나침반이 사라진 격이 된다.
고객이라는 나침반이 없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분명하다.
기업
스스로가 나침반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어떤 고객을 원하는지 고객에 대한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 아이패드 입장에서 고객 비전은 `종이 대신 아이패드로 신문과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이
같은 고객 비전에 맞는 고객을 기업 스스로가 창조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경영의 실제`라는 책에서 "경영에 단 한가지 유일한 정의가 있다면 그것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헨리
포드는 모델 T의 고객을 창조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고객을 창조했다.
이제
당신 기업은 어떤 고객을 창조할 것인가? `당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중요한 질문이다.
[김인수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中]







